<Runner>_2월 14일 증평 운동장에서의 첫 달리기..
쉬는날 금요일....
느즈막히 9시쯤 일어나, 커피 한잔 내려마시고는
10시 반쯤 되서야, 운동을 나왔다.
달리는게 귀찮아서, 인터넷 부동산에서 봐둔 단독주택들을 실물로 확인하러 시내 곳곳을 걸어다녔다.
도심지에서 거리가 있는 단독주택은 바로 뒤의 축사때문에 탈락,
- 적당한 가격, 적당한 정원 사이즈, 적당한 집의 구조, 적당한 위치 였으나....바로 뒤쪽에 축사가 있었다.
한창 추울때 운동나와서 몇번을 와봤건만, 추워서 인지,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냄새를 인지 못했었다...
축사위치를 인지하고 근처에 가니...축사의 진한 향기가 확 느껴져서....포기했다...
도심지에 있는 작은 리모델링된 주택 2곳은 너무 작아서 탈락,
- 한곳은 옛날 어릴적 자라던 골목길 같은 곳을 따라 들어가면, 집들 사이에 햇빛 한줌 겨우 들것 같은 위치에 집이 있었다.
당연히 차는 근처 큰길에 주차해야하고, 마당은 손바닥 만하고 햇빛구경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했다.
또, 한곳은 약간 넓은 골목과 붙어 있어, 주차도 집에 붙여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집은 집의 지표가 골목보다 낮게 건축되어 있고, 마당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라서 포기했다.
땅은 정말 우연처럼 만나게 된다더니, 언제쯤 내가 원하고, 나와 결이 같은 땅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만드는 작업들을 하면서, 내가 집을 고치고,
마당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놓고,
지치고 힘들때, 그렇게 휴식을 갖고,
부모님들과 평생을 함께 할 고향집을 만들고 싶다.
불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거실에 화목난로를 놔도 좋고, 아니면 마당에 조그맣게 화로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작은 창고를 두고, 내 연장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곳에 깔끔하게 내 연장들과 취미용품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 곳곳에 내 손때를 묻히며, 수리하고 싶고, 작은 가구들을 만들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서재를 작게나마 만들고 싶고, 그곳에서 내 남은 삶을 이끌 수 있는 것들을 실현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동네골목어귀들을 탐색하며 다니다가,
예전에 지역신문에서 본 증평 종합운동장 트랙개방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집에서 걸어서 30분은 걸어가야 나오는곳이라, 나온김에 가보기로 하고 방향을 틀어서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증평에서 산지도 어언 10년이 되어가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특히나 차로 슁~하고 지나가는게 아니라, 두발로 꼬옥꼬옥 밟으며 가는길이라, 더욱 낯설다.
새로 만든 시설이라서 깨끗하고 아직 주변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
평일 점심 무렵이라, 걷기운동 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시고,
달리기를 하는 3명정도가 있었다.
황망한 들판에 있어, 한 겨울에는 칼바람에 시달릴듯 싶다.
트랙 길이는 GPS에 찍히는걸로 보면, 미루나무숲처럼, 한바퀴에 약 400m쯤 되는것 같다.
크루들이나, 전문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듯 하다.
새벽부터 저녁10시까지 개방한다고 하니, 봄이 되면 저녁에는 핫플레이스가 될듯~
(최근 미루나무숲에 운동을 나가보면, 달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길래, 추워서 그런가 했는데,
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와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하지만, 나는 굳이 집에서 30분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운동을 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진 못할 듯 싶다.
집앞에 바로 미루나무숲 트랙과, 흙으로 된 곳이긴 하지만, 너른 운동장이 있어 그곳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치니....
(장소가 없어서 운동을 못하나....의지가 없어서 못하지)
그렇게 걷고 달리기를 3시간, 22키로 즈음을 하고 귀가했다.
집에 있던 큰 딸아이가 어딜 다녀왔냐고 묻는다. 아침에 운동나갔다가 지금 들어온거라고 하니....헐~ 한다....
여행의 루틴도 그렇고, 노멀하지 않은 나의 성향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저 두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여러 생각을 하고, 또 아침에는 그 지역을 달리고....
그게 나에게는 여행의 힐링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다.
화목난로 생각을 하니, 불냄새를 맡고 싶다....
3월 여행은 불멍을 할 수 있는 글램핑숙소가 있는곳으로 알아봐야겠다....
혼자서...따뜻한 차 마시면서 불장난 실컷 하고 와야겠다...
<사족...헌혈하러 나간 성안길...시간이 남아 들른 알라딘 중고서점....
읽은 책 중에서...나와 결이 비슷한 작가의 책에서....제목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책...>
여행을 갈때도, 잠시 카페를 갈때도, 우리 부부는 책을 가지고 간다.
카페에 앉아 여유있게 각자 책을 읽는다.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
내가 매일 같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는 조급증....그런거 일까...
나도 언제나 내가 행복한것인지, 무엇이 행복인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내가 불행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행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