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essay

<여행자> 250205_제부도_어떤여자와 여길 왔었더라...

forest2u 2025. 2. 17. 22:30

딸이 대학원 자취방에서 쓰기 위해 작년 가을 사줬던 의류건조기를 집에 가져와 보관하고 있다가....

장인장모님만 계신 처가에 드리기로 했다.

전기세때문에 사용을 꺼려하시기도 했지만,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추천 가전이기에, 적극 권유하여 받으시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사람과 둘이 레이에 실고 가서 내려드리고, 둘이 낙조를 볼 수 있는 서해안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큰딸아이가 함께 가고자 해서, 급 코나에 건조기와 큰딸아이를 모두 싣고 떠나게 되었다.

 

우리 딸아이는 해산물을 좋아한다.

아들래미는 해산물 냄새만 맡아도 싫어해서...

가족 저녁상에는 해산물이 주메뉴가 오르는날에는 별도로 육고기메인을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

암튼 이번 여행의 목표는 딸아이에게 조개구이 먹이는것으로 정하고....

처가에 건조기를 내려 빠르게 설치해드리고, 제부도로 향했다.

제부도...

언제 내가 여기 왔던가??

제부도를 건너는 길에 서니....낯이 익다....

제부도에 들어서 바다쪽...상가 밀집지역으로 가니...또 낯이 익다...

"당신이랑 여길 왔었나? 왜 여기 낯이 익지?" 라고 하니, 집사람은 제부도에 처음이란다.

내가 여길 어떤 여자랑 왔던가....기억이 나질 않는다....

 

카페에서 차마시며, 복층 공간에서 책을 읽다가

호텔이라 이름 붙여진 모텔의 복층 펜트하우스에 입성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좋은 위치에다...복층 침실에는 천창이 있어 별을 볼 수 있는 곳....

<카페에서 따뜻한 녹차라떼를 마시며 독서 타임>

 

짐을 부리고 잠시 쉬다가...낙조를 보며 조개구이를 먹겠다는 다부진 마음으로

미리 검색해둔 조개구이 맛집을 찾아 나섰지만.....

평일...그것도 비수기이다 보니, 문을 연곳이 몇곳 없다.

겨우 한곳을 찾아 낙조를 기대했건만....날이 흐려 낙조를 볼 수 없었다.

 

워낙 먹을 것 앞에서 사진찍고 하는 여유를 가지지 못한 가족이라....먹는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반신욕을 하고 집사람과 큰아이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2층 침실로...

나는 1층 숙소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나의 여행루틴...영역표시...

여행지 달리기를 나왔다...

 

섬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아....바다를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출발했다.

여행기념품처럼 모으는 지역명 사인물 한장...

<제부도 사인물...제비는 제부도의 상징새인가?>

 

<빨간등대는 너무 예쁘다....빨간색을 극혐하는데...등대에 칠해진 빨간색은 너무 사랑스럽다!>

 

<무지개 빛 의자...날이 좋은 날에는 이 의자에 앉아서 낙조를 볼 수 있었겠지>

 

<회사 연수원에서 근무하던 시절...Sign물 설치 관련 업무를 하고 나서는 여행 가면 이런 안내표지판에 눈길이 간다>

 

<달리기 하던 중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하다>

 

 

바다를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6키로 밖에 안된다...

아니 실제로는 5.3키로 정도? 부족한 키로수가 아까워 호텔 주차장에서 빙빙 돌며 6키로를 채웠다.

날이 좋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즈음에는 참 사람도 많고...그저 바닷가에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할 곳이였다.

 

숙소로 돌아와...아침으로 사과한알씩 먹고 우리집 강아지가 애타게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나의 여행루틴과는 동떨어진 여행이다 보니, 조개구이를 먹는거 외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할 수도 없었고...

날이 추워 외부에서 무언가를 할 수도 없는 시간이였다.

그러다보니, 집사람과 큰딸아이는 재미없는 여행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안방에서 혼자 잠드는게 일상이 되어, 이제는 누군가 옆에 있으면 깊이 잠이 들지 못하게 된것처럼...

여행도 그렇게 혼자 떠나는게 습관이 되어버린것을 느낀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그저 아이들의 즐거움에 포커싱을 맞추고, 여행일정을 잡다 보니, 나는 즐겁지 않은 시간이였고....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는 나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니...

느껴지는 여행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 간극이 혼자사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없겠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는 문제처럼 느껴진다.

한달에 한번 떠나는 혼자여행....

거의 3~4달에 한번 집사람과 하는 부부여행...

1년에 한번정도 떠나는 가족여행....

혼자여행의 빈도가 월등히 많다보니, 거기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그 루틴으로 여행일정을 잡게 되는듯 하다.

 

나혼자 살지 못하는 가장의 슬픔과 딜레마이다...

이것도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한 간극을 찾아야 하는 운명인가보다.

 

암튼 그렇게 2월의 여행일지가 채워졌다...

어딘지 모를 찜찜함을 남기고.....

 

따뜻한 봄바람을 느낄 3월은...불멍을 할 수 있는 숙소가 있는 곳으로...

꽃내음을 느낄 4월은 봉하마을에서 1박을 할 계획....

 

여행을 상상하고 준비하는것만으로도 설렌다.

혼자서 운전하고, 혼자서 걷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느끼고, 

혼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