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essay

<수리자?> 블루투스 이어폰 생명연장의 꿈..

forest2u 2025. 2. 25. 22:29

나에게 있는 여러가지 블루투스 무선이어폰 중 하나...삼성 기어 아이콘?

 

오늘 수리하면서 보니, 가장 오래된 고령의 이어폰이었다..

<무선이어폰의 주민등록증>

 

2018년 9월 10일이 생일인 아이였다.

예전에는 이 아이를 귀에 꽂고 운동을 했었는데, 

집사람이 소음을 차단하여 위험할 수 있다며, 골전도이어폰을 생일때 선물해주면서 거의 4년을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해왔다. 

물론 하나가 아니라, 고장이 나면 다시 구입하고 해서, 총 4개의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했다.

땀이 많은 체질이라 운동을 하다 보면 정말 땀에 폭삭 젖곤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골전도 이어폰들이 무상AS기간만 끝나고 나면 하나같이 고장이 나곤 했다.

기본 방수가 되는 제품이지만, 분명 틈이 존재할테고 그 틈으로 땀이 들어가 전자기기들을 망가트린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 아이들도 고장나면 고쳐보려 했지만, 워낙 기본방수처리가 되어 있어, 분해도 쉽지 않아, 

몇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버려버렸다.

 

암튼 최근에 또 골전도이어폰 하나를 버리고, 사용할 이어폰이 없어 이 고령의 "삼성 기어아이콘"을 꺼내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워낙 오래된 녀석이라, 배터리가 속을 썩였다.

오른쪽은 1시간, 왼쪽은 30분이면 배터리가 닳아버렸다.

사람에게나 기계에게나 늙음은 서글픈것....이제 버려질 수 밖에 없다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슬픈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녀석의 생명을 연장해주고 싶어졌다.

사람도 백세시대에 살아가고 있는데, 하물며 기계라고 생명연장이 안되겠는가???

 

너튜브를 찾아보니, 대략 유사한 형태의 배터리 교환영상들이 있어 공부하고, 

30분짜리 생명을 가진 왼쪽 이어폰을 분리해보았다.

작은 이어폰에 작은 기판들이 3층으로 적층되어 있고, 맨 하단부에 충전식 버튼셀이 있었다.

오래되어, 얇은 프라스틱 부분은 삭아서 끊어지고 있었다. 

(역할이 없는 부분은 세상에 없겠지만, 대세에 영향이 없을거라 판단하여. 그냥 무시하고 있다...T.T)

버튼셀의 모델명을 확인하여 알리에 주문을 넣었다.

varta CP1454...

빠르게 배송되는 제품군이 아니여서 거의 3주만에 도착했다.

그런데...나의 조급함때문인지.....선택을 잘못해서 CP1254가 도착했다.

14와 12의 차이는 사이즈차이인듯 했다. 높이는 동일하나, 지름이 작았다.

용량이 좀 작아지긴 했어도, 기본 볼테이지는 동일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해서 조립해보니...작동이....

 

 

 

된다!...

 

오른쪽 이어폰도 분해하여 배터리를 교환했다.

어제...테스트를 위해, 이어폰을 끼고, 로잉머신을 타보았다.

2시간을 로잉머신을 타고 남아있는 배터리 량을 확인해보니 60%...

확실하게 생명연장은 된듯하다.

(수리의 과정은 하나도 찍지 못했다....설레는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책상에 붙어서 고치다 보니,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도 못했다.....ㅉㅉ)

 

오늘도 이녀석과 15km를 달렸다.

내 페이스를 맞춰주기 위해 녀석은 툼바툼바 박자를 흘려줬고, 

나는 녀석에게 호응해주면 두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이 녀석은 앞으로 1년은 더 나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삭아서 떨어져나간 부분들과 고무의 탄성이 약해진 덕분에 기본방수력은 떨어졌을테니...

땀이 많이 나는 한여름과, 비가 내리는 날은 다른 녀석과 함께 하기로.....

 

겉면의 무광코팅은 오래되서 끈적거리며 기분나쁜 느낌을 주기에...

알콜로 싹 벗겨내어, 지금은 유광이 되었지만...

여전히 현역인 나의 달림이 동지....기어아이콘....

앞으로 10년만 더 나와 함께 하자~

 

늙어가는건 슬픈게 아니라, 익숙해지고 길들여져가는거니까....

그렇게...나도 익숙해지고...길들여져갈것이다.

 

익숙한것과의 이별은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슬픈일이니까...

내 첫차 갤로퍼와의 이별도 슬펐고....

내 학창시절 우리집 귀염둥이였던 반려견 동민이와의 이별도 너무 슬펐다.

익숙한것과의 이별은 자주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과 감정이고....

눈물이 많은 아저씨에게는 더욱 더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작은 이어폰과의 인연속에서 별 해괴한 상상까지 해보는 저녁이다...

늙어서 그런가.....

오늘의 달리기가 고되서 그런가....

센치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