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essay

동굴을 찾아 떠나는 여행

forest2u 2021. 4. 20. 20:44

벌써 3년이 지났다.

혼자만의 제주 여행을 떠났던게....

 

며칠전 소주를 찾는 어머니에게, 제주 홀로 여행을 다녀오며 사왔던 미니어쳐 제주 소주를 꺼내드리며 보니, 

벌써 3년이 흘렀다.

 

3년전 그날....청주공항에 앉아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적었던 작은 메모들을 찾아보았다.

20년만에 떠나는 홀로 여행에 대한 기대. 

비박여행에 대한 두려움..등등...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여행일정을 잡고 마일리지로 비행기 예약을 하고, 걷기코스..박지 등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설레었던 그때의 기억들..

 

삶에...회사생활에 지쳐갈때면 또 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동해의 해파랑길도 좋고, 서해의 해변길도 좋고.

어디든 혼자서 무념무상으로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좋을 것 같다.

 

도서관에 무작정 가서 혼자 여행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일반적인 여행지침서들을 보자니, 뭇 사람들의 관심에 포커싱된 볼거리, 먹을거리에 대한 사항들만 가득하다.

내게는 아무런 쓸모 없는 정보들...

 

혼자 여행을 떠나면, 나는 먹는것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 

평소에도 먹을것에 대한 의지가 없는지라...

(아침은 커피로...점심은 홍삼엑기스로....저녁만 밥다운 밥을 먹는다.

저녁도 가족과의 한끼에 대한 예의로 먹을 뿐...혼자 있을때는 그냥 줄창 굶어댄다.)

 

그런 나이기에 여행을 떠나도 먹을 것에 대한 정보는 필요가 없다.

그저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면, 빵집이나 편의점에서 요기거리 하나 사서 배를 채우면 그것으로 끝이다.

 

내게 필요한 정보는 혼자서 아무생각없이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정보라면 족하다.

또는 숙박이 필요하다면, 적정하게 지친 발을 쉬게 해줄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 찜질방 등에 대한 정보라면 족하다.

 

길을 걷다가 힘들즈음 돗자리 하나 깔고 낮잠 한숨 자고 갈만한 장소를 소개해주거나,

마지막 편의점이니, 물과 요기거리 사서 가야한다는 정보면 된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실컷 걷고 난뒤..그늘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정보면 된다.

 

무거운 짐을 대신할 수 있는 정보들이면 된다.

 

알려진 볼거리에는 사람들만 북적댈뿐, 사색을 방해하는 요소이기에 볼거리 정보 역시 필요 없다.

 

혼자서...안전하게...나만의 동굴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정보를 찾아보고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은 없나보다.

그런 정보들이 없는걸 보니...

 

비박에 문제가 없을만한 날씨가 되면, 1박2일씩이라도 해파랑길을 걸으러 가봐야겠다.

가벼운 배낭에 1인용 텐트, 돋자리 하나 짊어매고 떠나가야 겠다.

 

나처럼, 머리속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위해....

혼자만의 동굴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를 위해 내가 다녀온 흔적들을 적어봐야 겠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힘들어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어머니들....청춘들....

혼자만의 동굴을 찾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남자든...여자든...젊은 사람이든...나이든 사람이든...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혼자만의 동굴을 찾아 떠나고 싶을때 내 이야기들을 가지고 가볍게 떠날 수 있도록...

 

5월부터 비박이 어려운 시기까지는 매월 1박 2일 혼자 걷기 여행을 계획해본다.

여기...이곳에 그 여정들을 하나하나 적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