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갑자기 떠나고 싶어졌다...(고독한 미식가 처럼?)

2024. 11. 4. 22:32tour-essay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맘에 턱 하고 걸리는 글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어도 혼자서 가는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떠나지 못했었다.

마음먹고 떠났었던, 거의 10여년 전의 제주도 도보여행이 아마도 마지막 여행이였을게다.

그래서...갑자기 떠나기로 했다.

 

18시 30분 퇴근후에 집에서 준비해 출발했다.

밤새 동해로 갈 동안 잠을 깨워주고, 일출을 보며 마실 아이스커피 한병...

일출을 볼 캠핑의자, 캠핑 테이블, 챙기고...

밤새 동해로 떠났다.

 

이번 여행은 고 이선균씨가 부른 아득히 먼곳...과 함께 시작했다.

11시에서야 집을 나와 이선균씨의 약간은 슬픈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포항으로 향했다.

이선균씨의 노래는 처연했다.


마치 자신이 겪게될 어려움을 알고 있는듯....

아득히 먼곳으로 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담담하지만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나지막히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감사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차에서 마지막으로 아득히 먼곳으로 가기전 어떤 심정이였을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먹였을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을까...


울먹이기보다는 차라리..분노했기를...


이선균씨의 노래를 볼륨을 끝까지 틀고 함께 부르며 포항으로 향했다.


김광석형님의 노래는 크게 듣기 보다는 작게 들으며 나지막히 같이 따라 불러야 어울리는 반면,

크게 들으며 가수의 호흡까지 느끼며 같이 불러야 제맛인 노래들이 있다.


이선균씨의 노래는 후자였다.


암튼 그렇게 첫 호미곶 방문의 도착시간은 새벽 2시..


어두컴컴한 호미곶에 도착해..상생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

일출을 볼 장소는 어디인지 탐색 하고...차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였다.

여름의 끝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서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일출 시간은 5시 40분...5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했다.


5시 20분에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날이 흐리다...

캠핑의자..삼각대..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챙겨 광장으로 향하니..벌써 사람들이 많다...

관광지에서 제일 부지런한게 한국사람들이라더니...

도시에서도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관광지에 와서도 새벽강행군이라니....절레절레...

일출을 기다리며 앉으려고 챙겨온 캠핑의자...사진을 찍기 위한 삼각대...

모닝커피가 담긴 텀블러까지 들고 왔건만....

날도 흐리고, 의자도 많다..T.T


워치를 활용해 동쪽방향을 찾고 그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왔고....구름뒤로 해는 솓아올랐다.

어릴적 애국가가 흘러나올때 나오는 영상....

바다 저 너머로 해가 갑자기 쑤욱 올라오는 모습...은 오늘도 실패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닝커피 한잔에 잠을 깬것으로 만족하고 철수한다.

차에 도착할 즈음....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운도 지지리 없네...

어디로 가지?


혼자 여행...일출보기 여행이라서 딱히 일정을 잡지도 않고 왔는데 어디로 가야하지...

일출보고 바닷가에서 의자놓고 앉아서 상생의 손이나 그려보고, 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탕진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생각정리나 해볼 요량이였는데...

비가 오니...모두 실패다...

우비라도 챙겨왔더라면, 우비입고 해파랑길 일부라도 걸어볼텐데...

우비도 깜빡잊었을뿐더러, 오랜만에 신은 스포츠 샌들은 발이 아프다...


일단 영덕으로 가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비오는 바다를 감상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영덕에서 식구들 좋아하는 게...를 사가지고 올라가서 저녁으로쪄줄 요량으로...

포항을 벗어나는데, 해가 쨍이다.

갈수록 쨍이다. 아....호미곶이 아니라, 영덕 해맞이공원으로 일출을 보러 왔어야 하나....

3면이 바다이고,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버린 쪼그마한 우리나라가,

설마 땅덩이 넓은 미국처럼 지역마다 날씨가 틀릴 줄이야...

 

영덕에 도착해 네비가 안내하는길이 아닌, 해안도로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왜냐하면...

나중에.....여유가 조금 생기면, 지역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만들어놓고...

평상시에는 렌트를 하고, 1달씩 지역을 돌아다니며,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미리 여행을 하며, 예상되는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시간에 쫒기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하며..영덕에 도착하여 천천히 지나며 전망이 좋은 카페를 찾았다.

해맞이 공원 오르는 길에 높이 자리잡은 커피공장이라는 카페를 찾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다.

1층,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대가 높아 1층도 전망이 훌륭하고,

2층도 뻥 뚫린 조망이 가슴시원하다.

아침으로 크로아상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와서 2층에 다리 뻗고 앉아 망망대해 바다를 바라본다.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 간다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바다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은 바다의 두얼굴에 치를 떨것이다.

바다의 기억.....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는 바다의 기억이 별로 없다.

해수욕장의 기억을 떠올려 봐도 손으로 꼽을 정도이지만,

그냥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았던 기억은 많았던 것 같다.

전라도 7자 모양의 연홍도...바닷가 너럭바위에서 그당시 친했던 친구와 직녀에게 노래를 부르며 누워있었던 기억....하늘의 별은 쏟아질 듯 했었고, 맥주는 적당히 알딸딸했던 기억...

제주도 협재해수욕장에서 텐트치고 비박하다가 얼어죽을듯 추워서 바닥에 깔고 있던 은박돋자리까지 둘둘말고 잤던 기억....그러다가 새벽에 일어나 어스푸름한 새벽의 바다를 바라보았던 기억.


혼자여행은 떠나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막상 와보니 만족도가 높다

언제나 내가 주장하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곁에 있는 누구도 챙길 필요 없고,

내가 먹고 싶으면 먹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중단하고, 내 맘대로 일정을 바꿀 수 있는 그 프리함은 언제나 최고의 만족도를 준다.

다음 여행은 조금만 디테일하게 일정을 구상해야 할듯 싶다

우천시를 대비한다던지...아니면, 아예 메인 일정을 1~2개 잡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것으로...

또한 이렇게 카페 순례는 항시 하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고정적으로 가져가기로...


혼자여행 짐은 기본적인 것들은 미리 싸두는것으로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떠날때가 되니 잊는 것들이 있다

이번에 우의가 그랬고, 와보니, 후레쉬를 하나 챙겨야 겠다는 생각도....

작은 배낭에 기본적인 것들은 담아두고 떠날때 옷가지만 그곳에 넣고 바로 떠날 수 있게...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있노라니....무언가 불안한 맘이 든다.

돌아보면...항상 무엇인가에 쫒기는 삶을 사는듯 하다.

출근해서는 해야할 업무에 쫒기고...

내 업무의 특성상 (아니...나의 성향상 타인에게 일임하지 못하고) 쉬는날에도 항상 오전과 오후에 해야하는 일들이 있어....항상 쉬는날에도 그 루틴에 쫒기고..

(집식구와 제주도 여행을 1주일간 갔을때에도 아침9시, 오후 5시에는 어김없이 일을 해야했다.)

운동을 해야한다는 강박에 운동나가는 시간에 쫒기고...

집에 있으면, 집에서 해야하는 일들을 정리해서 그 일을 하며 시간에 쫒기고...

이렇게 쫒기는 삶이 아니라, 조금 여유있게...지금 여행온 이 시간처럼 살고 싶다.

맘 한구석에는 이렇게 여유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도....저녁시간에 맞춰 게를 차려주려면 몇시에 여기서 출발해야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카페를 나와..해파랑공원에 차를 대고 공원을 산책해본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건만....시원한 바닷바람덕에 덥지 않게 느껴진다.

공원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 해와 바람을 느껴본다.

파란 에메랄드 빛 바다에 ....시원한 바닷바람....뜨거운 태양빛....모두가 최고다....

하늘이 높아진 것을 보니...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다음번엔 해파랑길을 걸으러 와야 하나....

차를 어떻게 해야하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나....

여러 생각을 하며 또 걱정을 한다.

걱정없이 사는 삶은 어렵겠지...

 

게를 사와서 초장집에서 게를 찌며 사장님과 대화를 해본다.

"여름에 더워서 힘드셨겠어요...지금은 좀 나으시겠네..."

"에휴 말도 못해요. 지난주까지는 죽을거 같았어요"

"여름보다 겨울이 나으시겠다...따뜻하기라도 하니까..."

안산이 고향이신 사장님은 흘러흘러 여기로 오셨단다.

그러면서 게를 고르는 방법 등을 잘 설명해주신다.

"찬 바람 불기전에 또 올께요. 건강하세요~"

인사를 하고 차로 향했다. 또 오겠지?

 

돌아오는길도 이선균씨의 목소리와 함께 한다.

삶을 갑자기 정리하고 머나먼 그곳으로 떠날때 나는 어떤 심정이 될까....

혹자는 오늘 입고 온 속옷의 헤진 구멍을 걱정한다고 하던데...

속옷을 입지 않는 나는 병원관계자가 바지를 벗겼을때 그걸 보고 놀랄 그들을 걱정해야하나...

핸드폰에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간관계를 걱정해야하나...

아직 남아있는 대출금을 갚게 될 남은 식구들을 걱정해야하나...

삶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사랑을 후회해야 하나....

대학시절 좋아했던 친구에게 상처를 준 그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못한것을 후회해야하나.

살갑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부모님과의 대화를 후회해야하나...

일평생 해외로 가족여행한번 가보지 못한 부모님과의 시간을 후회해야하나...

이렇게 따져보니 50년 삶속에 후회스러운 일 투성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후회를 만회하며 살아야 하나...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은 되돌려 조금이나마 만족으로 만들고,

더 이상의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살아야 하나...


그래 매해 작성하는 버킷리스트에 지난 삶의 후회를 몇가지 고르고,

그 후회를 만회하는 방법을 실행하는것도 버킷리스트에 넣어보자.


나는 매해 연말이면 버킷리스트를 정리한다

벽에 버킷리스트를 붙여놓고....하나하나 지워나가며 한해 내삶의 농사를 짓는다.

새로운 목표를 이루는것도 중요하지만,

후회없는 삶을 사는것....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이지 싶다.

 

집에 돌아와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한 게를 꺼내 차려주며....

식구에게 이야기한다.

"게 맛있지? 또 먹고 싶지? 그럼 자주 여행 보내줘...올때마다 맛있는거 사다줄께..."

 

또....떠나고 싶다....

이놈의 역마살...

이 못생긴 발은 또 어디로 향하게 될까....

 

 

 

 

 

<어반드로잉으로 그려보기 위해 찍어온 일본가옥 거리에서 찍은 일본식 건물>

<이것도 어반드로잉으로 그리기 위해 찍어온 구룡포시장의 한 골목길>

<구룡포 일본인가옥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