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4. 12:46ㆍtour-essay
해파랑길....
이름마저도 너무 이뻐서 꼭 가고 싶었던 그 길에 드디어 발을 들였다.
추석 이후 회사가 너무 한가해져서...
하루 출근 후 3일 휴무...이런식으로 그동안 밀린 휴무를 쉬고 있다.
(1일부터 15일까지 4일 출근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서, 오매불망 그리던 해파랑길로 떠나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출발하여 월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코스로 계획하고.
주구장창 걷는 고행길이니..가족 친구없이....혼자서 가기로....
일요일 아침 출발하여 영덕 옆의 영해라는 지역으로 향한다.
인별그램에서 본 로컬 업체가 개발한 트래킹코스와 완주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보기 위해서...
내가 파악한 바로는 지역거점에 기념품 샵을 오픈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트래킹 코스를 만들었고,
지역내 활성화를 위한 멤버쉽 유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듯 했다.
내가 증평에서 진행하고 싶은 것과 비슷한 활동.

덕스...라는 기념품샵에 도착해서 들어가본다.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며, 경북에 대한, 또는 걷기, 트랙킹과 관련한 상품들이 보인다.
외부에는 무인 자판기로 스타터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스타터 키트를 구입 안해도 램블러 앱을 이용하여 완주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완주키트도 수령할 수 있다)

스타터 키트에는 실리콘 팔찌, 티셔츠, 메쉬파우치, 뱃지, 설명서가 들어있다. 15,000원.
스타터 키트를 구입하고 램블러 앱을 켜서 코스를 시작한다.
코스 초반은 일반 주택가를 걷는 부분이라 코스이탈이 잦아 계속 앱을 보면서 길을 찾아간다.
주택가를 벗어나 점차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가니, 길이 하나라 폰은 뒷주머니 꽂고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코스 안내 리본이 있긴 한데, 초록의 숲에 진파랑색 리본이 눈에 그리 확 들어오진 않고,
많이 달려 있지 않아 숲길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어, 코스이탈 경고를 해주는 램블러 앱이 필수일 듯 싶다.
산을 오르내리고, 오솔길을 걷고, 다시 차도옆 인도를 걷고, 바닷가에 도착한뒤,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가, 처음 출발한 덕스에 도착한다.
좀 천천히 걸은 탓에 , 시간은 약 5시간이 걸렸다. 15.6km.








영해트레일 코스의 느낌은 해파랑길의 코스가 대략 15km 전후이다 보니, 그 정도 거리를 맞추기 위해 빙빙 돌린듯한 느낌.
걷는 길이라 난이도는 높지 않고, 중간중간 바다풍광을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어, 나쁘지 않다는 것.
코스 안내 리본 또는 코스에 대한 안내 이정표가 많지 않아, 중간중간 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트래킹 코스이긴 하나, 지역 활성화에 대한 목적이 있는 만큼, 시내길, 또는 노포를 돌아보는 길을 추가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듯.
걷다가 배고픈 사람들은 노포식당에 가서 밥도 먹을 수 있고, 따로 시간을 내어 시장을 둘러보거나 하지 않아도 되니까....

완주 버튼을 누르고, 편의점에서 대충의 저녁거리를 구입해서 바닷가 스파펜션을 예약해서 들어가 약간 지친 몸을 스파로 풀어주고, 잠이 든다.
아침 7시, 여행 루틴에 맞춰, 아침 달리기를 하러 나왔다.
바닷가를 따라 쭉 달려본다. 10km를 달릴 계획이니, 달리기 어플이 5km를 알려주면 돌아가면 된다.
약간 날이 흐려서 인지, 바닷가라 습해서 인지, 땀은 평소의 절반밖에 안 흘린것 같은데,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몸을 식힌 뒤, 빵과 사과로 아침식사를 하고, 진짜 해파랑길을 만나러 나가본다.
내가 갈곳은 그나마 바다길이 많은 19코스...
화진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짐을 챙긴다.
배낭에 물과 간식, 우의를 챙겨넣고 출발한다.
해도 없고, 바람이 살랑살랑 걷기 좋은 날씨다.
바닷길로 가다가, 골목길에 들어섰다가를 반복하며 걷는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우의를 꺼내 입고 걷기 시작한다.
적당히 젖어드는 몸이 기분 좋다.
군대에서는 비오는날 입는 판초우의가 그렇게나 싫었는데, 이제는 촉촉히 맞는 비가 좋게 느껴진다.
가면서 시간을 계산해보니, 집으로의 복귀시간에 맞추자면, 코스를 중간에 포기해야 한다.
집에 약 18시 정도 도착할 요량이면, 이곳에서 15시30분에는 출발해야하는데,
완주 예상시간은 약 16시 40분 정도 이다.
걸으며 고민하다가 귀가시간을 늦추기로 결정한다.
나중에 다시 부족한 부분을 걷기 위해 또 같은 코스를 방문하기보다는 그냥 좀 늦게 귀가하기로...
한발 한발 걸으며 머리속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걷기와 달리기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마라톤 입문이 약 2008년...왜 갑자기 마라톤을 하게 되었는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거꾸로 거꾸로 시간을 거스르드보니, 군대에서도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근무했던 부대가 작전지역과 거주지역이 나뉘어져 있던 형태라서 작전지역은 커다란 원형으로 길이 되어 있었다.
병장 달고나서 나에게 뭐라할 사람이 없어졌을때부터, 일과가 끝나면 저녁을 먹는대신,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그렇게 작전지역을 뛰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내 병과는 지대공미사일 무장특기여서, 수시로 훈련 및 실상황 사이렌이 울리곤 했다.
그렇게 사이렌이 울리면, 어디에 있든간에 장비로 달려가야만 했었다.
내무반에서 빨래를 하다가 슬리퍼를 신고 작전지역으로 뛰어 올라가기도 했고,
작전지역과 정 반대인 헬기장쪽에서 작업을 하다가도 작전지역으로 헐레벌떡 뛰어가야만 했었기에,
내 스스로 달리기 체력의 한계를 느껴서 시작했던 운동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병장씩이나 되는 녀석이 스스로 체력관리를 하는 모습에 감명 받아서 인지,
나는 작전과장의 추천으로 대대에서 하는 전투능력 측정 테스트에도 나가게 된다.
다른 테스트 과목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기억 나는건 방독면 구보였다.
개인화기, 딴띠, 방독면 가방만 착용한 상태에서 방독면을 쓰고 5km를 달리는 구보였다.
정말 숨이 턱턱 막혔다는 기억과 그럭저럭 잘 달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렇게 그때부터 달리기와의 인연은 시작된게 아닐지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현재 진행상황들에 대한 소회를 떠올리며,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너무 하나에만 매달리려고 해서 진척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의 접근이 필요하진 않은지,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는게 좋을지,
당장 내일은 무엇을 해야할지,
다양한 생각들을 디깅 하면서 걷는다.




















걷다보니, 19코스의 종착지이다.
완주버튼을 누르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이틀동안 무엇을 얻었는가?
1. 로컬을 살리기 위한 활동의 한가지 방법을 벤치마킹했다.
-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가 없더라도 지역자원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가능성을 보았다.
- 기념품 상점과 더불어 제로웨이스트샵을 병행 운영하는것도 안정적 수익확보가 가능해 보인다.
- 스타터키트, 완주키트, 멤버쉬키트 등 제공물품들이 구매자가 지불하는 비용보다 높은 코스트가 예상된다.
이는 결국, 지원사업을 통해서 풀어야 할 경제적 문제이다.
- 지속적인 구매와 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2. 약 26년전 부터 즐기던 달리기에 대한 애정을 확인 했다.
- 한번도 내가 왜 달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한 적이 없었다.
- 군대에서 내가 달리던 모습이 떠올랐던것은 무념무상 걷기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기억이다.
3. 24년의 마무리와 25년 한해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아우트라인을 잡았다.
- 하루하루가 쌓여 내일의 내가 된다.
- 하루하루에 내실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글쓰기의 경우, 한가지의 주제에 대한 글꼭지들의 축적을 기다리다보니, 지속적인 연계가 되지 않는다.
한가지의 주제를 "나"로 잡는다면, 글꼭지들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러너, 여행자, 메이커, 수행자, 직장인 등등...
모두가 "나"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는 있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50대를 바라보는 남자라면,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 각종 글꼭지에 대해 지속적인 사진과 글과 같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한다.
- 쉽게 접근 가능하고, 보존이 가능한 방법은 클라우드일까, 파일일까? 아니면 물리적인 하드카피일까?
4. 더 추워지기전에 다음 여행을 결정하자.
-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접근이 가능하도록 대도시 위주(부산 해파랑길 1, 2코스)로 결정.
- 10월말 또는 11월초에 바로 시작.
1박2일의 여행시간....1일차에 15.6km, 2일차에 아침런닝 10km 포함, 25.7km를 걷고 뛰었다.
남들이 보면, 무지막지한 강행군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머리속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고행의 시간이였다.
그렇게 하나씩 답을 찾아내어가며 내 삶을 또 살아낼 수 있는 열쇠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능동적인 삶으로 계속 바뀌어 나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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