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12..궁상과 검소 사이...

2025. 4. 12. 13:43Life-essay

궁상 : 어렵고 궁한 상태.

검소 :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함.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이다.

나의 생활 습관은 궁상일까, 검소일까를 고민해보았다.

 

안방 화장실 샤워부스에는 내 샤워용 비누망이 걸려 있다.

처음에는 비누케이스에 작은 조각 비누들을 모아서 사용하다가, 물이 고여 위생상의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다이소에서 비누망을 구입하려고 했다. 

하얀 망사망에 작은 색색의 스펀지볼이 들어있어, 거품이 잘 난다고 씌여 있었고, 가격은 천원이었다.

이걸 사려고 하다가...한참을 만지작 거리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와서...

뒷베란다에 걸려 있는 양파망을 가져와서 깨끗이 씻어 똑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스폰지 볼을 넣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거품을 일으키고 있고, 

망사망에 넣어 걸려 있기 때문에 처음에 걱정했던 위생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샤워를 할때마다, 이 양파망을 사용할때마다, 검소와 궁상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궁상으로 보지는 않을지....

 

나는 이런 케이스들이 참 많다.

 

여름이 다가오면 거리에 많이 버려져 있는 선풍기들을 보면, 

팬을 고정하는 나사를 빼와서 스페어 부품으로 가지고 있기도 한다.

1년에 1번 선풍기를 세척하다보면, 모터등의 기능 고장보다, 이런 나사의 파손이 생각보다 잦다.

최근 2년간, 이 부품을 3개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사용했을 정도다.

 

칫솔은 1차로 본래의 목적대로 양치를 하는데 사용하고, 

칫솔이 많이 손상되면, 샤워기 옆에 두고, 샤워할때마다 작은 구석구석을 닦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렇게 사용하다가 오염이 심하거나 솔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 그때는 폐기한다.

 

강아지 리드줄도 사용하다 보면, 끝 고리부분이 헤지는 경우에는 끝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바느질을 해서 튼튼하게 만들어 사용한다. 벌써 3~4번정도 수선을 한 기억이 난다.

 

이러한것들이 모두 가격적으로는 큰 금액을 소요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금액이라도 소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망설여 진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돈을 이렇게 아껴쓰는것은 아니다.

 

부모님과의 식사자리에서 자식들 먹을 양을 남겨주시기 위해 덜 드시는것을 막기 위해, 

남은음식을 싸오는 한이 있어도 일부러 메뉴를 넉넉하게 시킨다.

부모님과 나, 우리아들 넷이서 명절에 장어와 돼지고기를 먹으러 갔다가 20만원어치를 먹은적도 있다.

 

집사람이 소비하는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터치 하고 있다.

 

이런 내 소비습관을 생각해보면, 티끌모아 펑펑 쓴다....인듯 싶다.

 

가끔 내 친구는 이런 내 소비습관을 보며, "이렇게 아끼는데 왜 부자가 안됐을까?"라고 이야기한다.

그럴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아끼니까, 지금 이렇게라도 사는거야. 안그러면 벌써 거지됐을꺼야..." 라고....

 

가만히 다시 생각해본다.

내 소비습관...생활습관은 궁상보다는 검소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아니....궁상..으로 가기 전에 검소하게 살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온라인폐지줍기라고 불리는 십원단위 온라인 수익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십원짜리를 모으며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