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결...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무늬

2025. 3. 3. 23:01Life-essay

오늘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의 쓴 책을 한권 읽었다.

 

" 돈이 아닌것들을 버는 가게"

 

 

기자생활을 하던 작가가, 기자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고, 

연고도 없던 춘천에 가서 "첫서재"라는 카페도 아닌, 서점도 아닌, 곳을 오픈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작가는 서울의 기자생활에 쉼표를 찍게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이른 저녁 현장으로 출동해 정신없이 취재하고 방송하고 새벽 무렵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깨달았다.

 나는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고...

 그렇게 나는 착실히 회사가 원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누군가 제동해주기는 커녕 추동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 중략 ---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 같은 동료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남의 상처를 들춰내는 일까지도 경쟁했으며, 그런 경쟁심을 공공의 이익과 사명감으로 포장하기 바빴다.

 

 --- 중략 ---

 

나는 서둘러 나부터 돌아보아야 했다.

누구보다 주변의 영향을 흡수하며 자라는 유형의 인간이기에 이 생태계에 머무는 한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어른으로 영원히 남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야 성공한다면 기꺼이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작가는 딱 스무달만 가게를 열고, 문을 닫기로 스스로 결심했단다.

춘천의 구도심에 쓰러져가는 폐가를 구입해서 수리를 해서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오픈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무늬.....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그 첫서재를 거쳐가면서....

여러가지 글을 쓸 글감들을 모으고 있단다..

 

짝꿍과 속초여행을 갔을때 들렀던 숲휴게소가 생각난다.

한달에 한군데씩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고 갔던 첫 여행지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면서 인터넷으로 찾았던 곳이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가다가...여기가 맞아? 라고 생각할 정도로 생소한 여느 시골동네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조용한 카페안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햇살이 가득찬 2층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여유를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안심이 되었다고 할까?

 

나무가 가진 고유의 무늬...나뭇결....처럼, 

사람도 고유의 무늬....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시절에는 사람의....향.....에 집착했었다.

인공적인 향수의 향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체취를 좋아했었다.

연애를 할때는 그 연인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향을 좋아했었다.

 

사람을 많이 겪고, 느끼면서 사람을 느끼는 것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할까?

지금은 사람의....결.....을 보곤한다.

나와 비슷한....결을 가진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속초의 숲 휴게소를 방문했을때 주인 부부의 모습에서 나와 비슷한 결을 느꼈고, 

오늘 첫서재의 주인장이 엮은 책을 읽으면서 또 나와 비슷한 결을 느꼈다.

 

그렇게 세상에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도처에 있고....

나름대로 그들의 결을 살리면서 세상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음을...

나혼자만이 도드라진 생각을 가지고 독특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안도감이 느껴지는가보다.

 

마치 영화 엑스맨에 돌연변이들이 일반인들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다가...

돌연변이 학교에 들어가서는 모두가 같은 돌연변이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끼는것과 같은게 아닐까?

 

언젠가는 나도 나의....결.....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나의 결을 조심스럽게 내보일 수 있겠지...

 

그래서 또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

내 결을 보면서 나와 같은 위안을 갖고 하루를...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