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조용한 삶....

2025. 3. 3. 12:19Life-essay

나는 내향형 인간이다.

 

25년의 직장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게....

첫번째는 회식에서 술먹는거 였고...

두번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1박2일 워크샵이였다.

 

처음 직장생활할때...1박2일 워크샵이라길래,

도대체 얼마나 Deep하게 논의를 하려고 1박2일로 모여서 일을 하나 했는데...

장소 도착과 함께 시작된 술자리는 늦은밤까지 이어졌고, 

철없는 대학생들의 MT문화가 그대로 이어진듯 한 느낌까지 받았다.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상사가 권하는 술을 받아 마셔야 했고, 술을 안 마신다고 하면, 

싹수 없는 놈 취급을 받곤 했다.

 

아마도 내가 아직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여전히 내키지 않는 술자리를 한달에 서너번은 참석하고 있었을게다.

위로 올라갈 수록, 접대라는 명분을 가지고 윗사람들과 술자리는 더 잦아지는거니까...

 

지방으로 생활터전을 옮기고 난뒤, 작은 생산공장을 관리하는 입장이다 보니, 

나에게 술을 권할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고 만족도가 가장 높다.

회식도 내가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보니,

전 직원 회식은 1년에 1~2번, 관리자급 회식은 분기별로 1번 정도로 하고 있다.

 

서울에서 출퇴근에만 3~4시간을 썼던 생활에서, 지금은 출퇴근에 30분정도 소요되고,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퇴근함에도 불구하고 집에 도착하면 6시 50분 즈음이다.

그때부터는 온전히 내 시간이다. 

달리기를 하러 나갈때도 있고, 나가기 싫을때는 로잉머신을 타기도 하고, 

그냥 뒹굴뒹굴 할때도 있고,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보기도 하고, 웹서핑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집수리를 할때도 있고, 베이킹을 할때도 있고,

한때 회사를 투잡으로 운영할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퇴근 후에는 항상 회사운영 관련 업무에 매달리기도 했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회사운영과 직장생활은 상당한 멘탈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걸 뼈져리게 깨달았다)

 

연고가 없는 지방에 내려와 시작한 삶이다보니, 지역에 친구가 있는것도 아니고, 

퇴근이후 시간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뺏기는걸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퇴근이후의 술자리나 만남을 그닥 갖지 않는 편이라, 저녁시간에도 언제나 식구들과 함께이다.

<저녁 운동을 나가는길, 석양이 아름다워서 찍었다>

 

어제는 쉬는날이였는데, 

아이들은 서울에 뮤지컬을 보러 가고, 

짝지는 주말출근을 하고,

나 혼자 남아,

커피한잔과 호두파이로 아침을 대신하고..

오랜만에 따뜻한 날씨를 즐기며, 25년 첫 반바지 달리기를 거의 3시간을 했고...

집에 돌아와 씻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잠시 매일 해야하는 관리업무를 30분정도 하고 나니, 저녁시간, 

18시 퇴근하는 짝지와의 저녁식사를 위해, 

양배추를 삶고, 비오는 날씨와 어울리는 오징어를 듬뿍넣은 김치전을 부치고, 

과일 듬뿍 넣은 치즈샐러드를 만들고, 

지난번 아이들 해먹이고 남은 파스타면을 이용해 오징어 파스타를 만들고 나니 하루 휴무가 끝나버렸다.

 

 

짝지와 둘이 저녁먹은걸 식기세척기에 넣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본다.

 

남들은 쉬는 날 뭘하고 살까?

그냥 쉬나? 다들 이렇게 하루가 쉽게 끝나버리나?

내가 잘살고 있는건가?

이렇게 평온하게 하는일 없이 하루를 끝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엄습한다.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끝없이 물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발을 움직여야 하는건가?

 

반 백년을 살아온 나이...이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위해 걸어야 할까?

앞으로도 남은 삶을 이렇게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다음주에 떠나는 혼자걷기여행에서는 내 조용한 삶의 방향에 대한 숙고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책들이 어른으로서 혼자의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건 어떤 트렌드처럼 모두가 떠들어대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것처럼, 나만의 동굴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것일까...

그렇다면, 너무 나는 동굴속으로 점점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가고 있는것은 아닐까...

 

어느 책에서 읽은 문장...

"안온한 삶은 충만한 삶에 가깝다"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