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0. 13:30ㆍLife-essay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이전, 웹툰 연재시절부터 빼먹지 않고 보던 웹툰...미생...
그 당시 나는 신뢰의 식품회사 P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나 역시 전문대졸로 계약직부터 시작하여 2년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던 시절이었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것은 아니었지만,
차별이 없지는 않았기에 미생의 장그래의 마음에 공감이 되는 시절이었다.
성과급 제외, 급여 수준 차이, 설 선물세트 차이 등등.....엄연히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별은 존재했었다.
그것이 시스템에서의 문제이든, 인간관계에서의 문제이든....
2년이라는 계약직 시절을 경험하고, 정규직 전환 후 지속적으로 여러모로 실적을 내고 인정을 받아,
과장까지 승진했었던 시절이었지만, 내 올챙이적 시절의 슬픔이 가슴속에서 묻어나왔었다.
그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기쁜 마음에 드라마를 정주행 하던 그 시절....
아래의 장면을 보다가....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오차장이 장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했지만,
그 이전 계약직 여사원의 자살을 막지 못했던 그 트라우마로 고민하는 장면...
오차장은 어두운 부엌에 혼자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낸다.
오차장 : 내가 누구한테, 언놈한테 뭘 좀 해줘도 되나.
내가 말야...내가 누구 사는거에 또 다시 관여를 해도 되나..
돕는답시고, 손을 내미는게 맞나...내가...
부인 : (잠시 망설이다가)
다해...그냥 해....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잘못한거 없어...난 그래..
다시 그때 그 사람이래도 당신은 그렇게 할거고...
난 그게 맞다고 생각해...
오차장 : 내가 뭐라고...
부인 : 내 말이 그말이야...
당신은 당신이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거 그거만 생각해..
나머진 당신 맘대로 되는거 아니야...
저 드라마를 볼 당시는...
내가 걷는길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까지 들고 있었던 시기였던것 같다.
어떻게 해야하나, 어떤 길을 선택해야하나....하는 고민들....
이 시대 남자, 아버지들의 어깨위의 무게처럼....
오차장은 혼자서 고뇌하고 있었다.
아버지란 존재는 모든것을 혼자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혼자서 감내해야하기에....
술에 취해...또는 늦은밤 귀가하여 혼자서 쓸쓸히 어두운 부엌에서 저녁을 먹으며.....
슬그머니, 부인에게 고민을 넌지시 이야기했고,
부인은 오차장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 모습이 공감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눈물샘이 자극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 등뒤에 짊어진 짐이 무겁고, 무섭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 아내, 아이들의 눈빛이 무섭다.
내 결정에 따라 그들의 삶도 바뀔 수 있기에.....
그래서 항상 혼자서 답을 내기 위해, 책을 찾아 읽고, 달리면서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외롭고, 쓸쓸하고, 무서운것은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저 대사를 볼때마다....난 눈가가 촉촉해진다.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인것 같아서.....
당신을 믿는다고, 당신의 선택은 옳다고, 그러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물론 내 아내도 내게 저렇게 이야기해왔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저렇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아내에게도 언제나 강하고 올곧은 사람이고 싶기에 쉽사리 저렇게 이야기를 털어내지 못한다.
오차장의 용기도, 아내의 믿음도 부러웠던 장면이다.
'Life-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에 대한 예의...권석천 (0) | 2021.12.21 |
---|---|
안녕, 소중한 사람 - 정한경 지음 - (0) | 2021.12.19 |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0) | 2020.10.17 |
노마드...역마살... (0) | 2020.10.13 |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업 아이템 (0)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