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7. 01:09ㆍLife-essay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려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발 딛을 틈 없는 그 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를때
넌 놀란 모습으로 음 너에게 다가가려 할때에 난 누군가의 발을 밟았기에
커다란 웃음으로 미안하다 말해야 했었지
살아가는 얘기 변한 이야기 지루했던 날씨 이야기
밀려오는 추억으로 우린 쉽게 지쳐갔지
그렇듯 더디던 시간이 우리를 스쳐 지난 지금 너는 두 아이의 엄마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지
나의 생활을 물었을때 나는 허탈한 어깨짓으로 어딘가 있을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다 했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가끔씩 너를 생각한다고 들려주고 싶었지만 짧은 인사만을 남겨둔채 너는 내려야 했었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속에 너의 모습이 사라질 때 오래전 그날처럼 내 마음 허탈했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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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서 인생 노래라 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들을때면 짝꿍과의 연애가 생각납니다.
지금 제 옆의 짝꿍은 국민학교 4학년때 실제로 제 옆에 앉아있던 소녀였습니다.
분홍색 스웨터 조끼를 입었던 소녀였고, 지금처럼 말랐던 친구였지요.
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제가 짝꿍에게 새로운 글씨체를 가르쳐주고,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여자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아서 좋았었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짝꿍은 그때부터 계속 저를 좋아했었다고 하네요.
중학교도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는 다르게 진학했지만,
서울이라해도 어차피 작은 동네이다보니, 가끔은 길에서 저를 보았다고 하네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던 저는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하고 알라딘이라고 불리던 뾰족구두를 신고 다니던...
어린시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였는데, 고3 겨울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저를 봤었다고 하네요.
그날 짝꿍은 친구와 술을 진탕 먹었다고 하더라구요.ㅎㅎ
그러다가 저희집이 이사로 동네를 떠나고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죠.
그렇게 저 노래의 가사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갔죠.
저는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되었죠.
그때가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서 국민학교 동창들과 연락이 닿았고, 짝꿍과 다시 만나게 되었죠.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날을....
신월동 공수부대 사거리 근처의 맥도널드에서 그녀를 십여년만에 다시 만났었죠.
그리고...우리는 많은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낡은 제 첫차인 갤로퍼를 타고, 낙안읍성, 소쇄원, 태안의 서해바다, 채석강, 내소사 등을 돌아다녔지요.
그렇게, 결국은 우리는 먼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나, 지금의 부부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항상 신기해합니다.
엄마아빠가 각각 가지고 있는 국민학교, 중학교 앨범의 한구석에 엄마아빠가 각자 자리잡고 있고,
그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이런 엄마아빠의 사랑이야기가 좋은 추억과 기억이 되겠지요?
언제까지나 좋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줘야 할텐데 항상 매사가 처음인 아빠라서 걱정입니다.
큰 딸아이에게도, 작은 아들에게도 언제나 따뜻한 부모가 되고 싶은데 말입니다.
아아...어찌됐든 오랫만에 저 노래를 들으니, 우리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떠올라서 잠시 옛 기억에 빠져보았습니다.
국민학교시절...중학교 시절....고등학교 시절...그리고 다시 만난 날까지....
저를 계속 생각해주었던 아내에게 고맙고,
처음부터 알아채고 받아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네요.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어린 풋사랑을 했다면, 지금처럼 우리는 부부가 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나이에 사랑을 하게 되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내일 저녁은 아내를 위해서 저녁 특식이라도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시원한 맥주에, 배경음악은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를 들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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