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3. 23:38ㆍLife-essay
선선한 가을이 오니....
아니...그저 핑계인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햇살아래에서도 걷기 여행을 그리워하지 않았던가요...
암튼, 자꾸 걷고 싶습니다.
아무생각도 없이....머리속에 엉킨 실타래 하나를 무엇이든 꺼내들고 하나하나 풀어가며, 하염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밝은 아침부터 캄캄해진 밤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렇게 걷다보면, 머리속도, 뱃 속도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제주올레여행을 갔을때, 그렇게 하루종일 혼자서 걷기만 하면서도 그렇게 행복했더랬지요.
아무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것이 행복했습니다.
도시속에 있어도, 영화를 혼자 보고 있어도 나에게 집중할 수 없었지만,
올곳이 정면을 응시하며,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걷기여행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지친다 싶으면 홀로 걷기 여행을 그리워하나 봅니다.
하루종일 쉴새없이 이리저리 시달리는 생활속이 그렇게나 지긋지긋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일에 하루종일 치이고...
집에 와서는 집식구들에 치이고...
식구들이 들으면 서운할 말이지만....하루종일 일에 치이다 들어오면 그냥 조용히 혼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거나, 운동나가서 시원하게 뛰고 들어오고 싶고....
이렇게 블로그에 생각을 적거나, 웹서핑으로 좋은 아이템들을 찾아내고 싶은데....
식구들에게 좋은 아빠여야 한다는 강박에 저녁을 차리고, 함께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해줍니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빼앗기고 나면 어느덧 자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글을 쓰다가 아들아이 바지단 줄여달라는 식구의 요청에
미싱을 꺼내어 바지 두벌 바지단을 줄이고, 식구의 청바지 수선까지 끝내고 한시간 반만에 다시 돌아와 글을 쓰는 중입니다.
내일 새벽 4시반에는 또 우유배달을 나가야 해서 빨리 글을 쓰고 자려는 계획이 틀어져 버렸습니다.
한숨을 쉬며 바라본 스케쥴러는 빡빡하게 채워져있지만, 자세히 보니, 나를 위한 스케쥴은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 중 온건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없습니다.
나를 위해 하루를, 온 시간을, 온 대지를, 온 공간을 사용하는 홀로 여행이 그립습니다.
이렇게 지치고 지치면, 하루이틀 정도 다녀올 용기가 생기겠지요.
더 추워지기 전에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새벽 우유배달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 겠습니다.
이렇게 정리되지 못한, 다듬지 못한 글을 마무리 해야하는 현실도 싫습니다.
내일은 저녁 내내 글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10월의 열세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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