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9. 00:24ㆍRunning-essay
어제는 쉬는날....
쉬는날 루틴대로, 어김없이 느지막히 일어나, 모닝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 운동을 나왔다.
날이 참 좋아 보여 빨리 나가고 싶어 궁둥이가 들썩거려서.....
반바지 레깅스에, 반바지를 겹쳐입고, 반팔티셔츠에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추울까봐 비니까지 눌러쓰고 나왔는데, 바람이 하나도 안 차더라....
밝을때 항시 뛰는 코스로 증평 자전거 공원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쪽 코스가 10km 뛸때 딱 좋은 코스라 항상 애용한다.
어두울때는 무서워서 미루나무숲 400m 트랙을 뺑뺑이 도는데....참 재미없다.
10km를 채우려면 25바퀴를 뛰어야 하니 1시간을 같은 풍경을 보는게 참 재미없다.
단풍도 보고, 논밭 풍경도 보고 해야 재미지지...
(20km 코스는 도안산업단지쪽으로 가서 동방팜스 공장
앞에서 반환하여 천변 산책로 사곡리 방향으로 돌고 오면 약 20km가 된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베르힐에서 물통쟈켓까지 갖춰 입으신 분이 앞에서 뛰기 시작한다.
보니, 나랑 페이스가 비슷해보여서 추월하지 않고, 내 페이스에만 집중하여 뛰고 있는데,
그분은 나를 의식하는듯 속도를 올린다.
저러면 자전거공원 쯤에서 퍼질텐데...라는 생각으로 계속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페이스는 5:30정도로 맞춰서 계속 뛰어준다.
자전거공원을 지나, 이온빌리지쯤이 5km 반환지점이다.
반환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역시나 앞에서 뛰시던 분은 퍼졌다.
걷기 시작하면 끝인데, 물을 뒤집어쓰고 걷고 계시는거 보니, 나를 너무 의식하셔서 오버페이스하신듯...
돌아오는길, 아무 생각없이 뛰고 있는데, 페이스가 5:17까지 간다.
너무 오버페이스다 싶어서 조절하는데도, 힘이 하나도 안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좋은 느낌이라, 그냥 오랜만에 15km 뛰자..라는 마음으로 계속 뛰어본다.
15km를 지나는데도, 그럭저럭 뛸만하다?
에이, 페이스도 잘나오는데, 간만에 하프 뛰자...라는 생각으로 대략적인 거리를 생각하며 더 뛰어보았다.
결과 21.2km, 1시간 59분, 페이스 5:37...

공식적으로 하프 거리를 쉬지 않고 뛰어본게 거의 15년 만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때는 매달 2~3개씩 대회를 나갔으니, 그때가 2009년 즈음이였으니,
어언 15년 전의 일이다.
증평 내려와서도 꾸준히 운동할때 20km를 달린적도 있었으나, 중간 중간 반달반걷(반 달리기, 반 걷기)이였으니, 실질적인 하프 완주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기록이였다.
정말 15년만에 쉼없이 힘들이지 않고 달린 기록이다.
뛰면서도 내일 허벅지 알배겨서 고생하는거 아닌가 싶은 걱정도 했는데,
처음 하프를 달렸을때처럼, 아...무...렇....지...않....다....
내 다리는 정말, 달리기 특화 하반신인듯.....
집에 들어오니, 옆지기는 얼굴이 히말라야 등정하고 온 사람 같다며 난리길래 거울을 보니,
흘러내린 땀들이 햇빛과 바람에 말라, 소금가루가 되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깔꼬롬하게 샤워 후 사과한알, 단감한알, 블루베리 한접시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그리고....옆지기와 미리 계획한대로, 장롱 2개를 작은방으로 옮기고, 싱글침대를 내방으로 옮기고,
작은 장롱 2개는 부모님이 내려오실 아파트로 옮겨다 놓았다.
그래도 온 몸은 말짱하다.
저녁,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감하며 돌아본다.
오늘 하프완주의 일등공신은 무엇인가...
찐하게 마신 모닝커피인가...
옛날 페이스를 찾기 위해 10월초부터 빡세게 아침저녁으로 달린 탓인가?
정말 적당히 바람불고, 적당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쬔 탓일까.
앞에서 적당히 달려주다가 퍼지신 그분 덕분일까.
무엇이 되었든가에 행복한 일이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았을 15년만에 느껴본 완주의 희열이라니....
한동안은 오늘의 뽕에 취해 계속 달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적당히 좋은 햇빛만 보면 또 뛰어나가게 될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감에 취해본다.
적당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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