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의 목적.

2021. 4. 25. 16:12tour-essay

혼자 여행을 가는 목적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저 대학때부터 혼자 가는 여행을 즐겼던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학 당시에는 여행이 주로 엠티/답사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사람들과 항상 북적이는 여행을 다녔었지요.

제 성격 자체가 비서체질이라, 나보다는 다른사람을 배려하는게 몸에 배어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항상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함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가기전부터 예약/준비, 가서는 식사준비, 술판 뒷처리 등등...)

 

그러다가 친구를 만나러 먼 전라도의 소록도를 혼자서는 처음 가게 되었는데, 

그 여행기간동안 편안함과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거기서 만난 친구의 성향도 나와 같았기에,

둘이 그저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거나 하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요. 

어찌 됐든 그 여행의 기억이 여행=육체/정신적 노동 이라는 공식을 깨주었고, 

그때부터 제 인생의 혼자여행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라도 광주, 장흥, 제주, 부산, 봉화, 창원, 보은, 해미, 낙안, 화개장터 등등...수많은 곳을 홀로 돌아다녔습니다.

학생때는 대중교통으로, 직장인이 되어서는 낡은 마이카와 함께  였었지요.

 

최근에는 아예 학생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혼자 여행에 더욱 마음이 갑니다.

주로 걷기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자가차량을 이용할 경우, 시작지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있더라구요.

풍광이 좋은 곳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각기 다른 방향으로의 걷기도 좋기는 하지만,

보다 더 많은 곳들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보여행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동해의 해파랑길, 태안의 해변길, 남해의 바래길, 내륙의 양반길, 지리산 둘레길, 여주 여강길 등 우리 나라에는 걸을곳이 참으로 많습니다.

제주도 올레길은 다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짧게 토막내서 여러번에 걸쳐 완주에 시도할 수 없는 섬이라는 공간적 제약때문에,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한달정도 시간을 내서 제주도 전체를 밟고 싶습니다.

 

걷기길 뿐만 아니라, 개인적 취향의 가고 싶은곳들도 너무 많습니다.

대구의 김광석거리, 군산 초원사진관, 한계령, 봉화마을 등...

여행을 가면 그 곳과 관계된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한계령에 올라 양희은의 한계령을 들으며, 발치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고, 

대구의 김광석거리에서 광석이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광석이형의 모습들을 보고 싶고, 

초원 사진관에서 한석규의 담백한 목소리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그냥 듣는 노래보다 더 진한 감동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중이었던 해파랑길 종주를 날이 풀리는 시점부터 한번 시작해볼까 합니다.

내친김에 전국의 여행지들에 대한 혼자여행의 기록들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아버지들이, 또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정보를 드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내 삶의 수도자의 수행을 위한 고행과, 안식기도 같은 글들이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제 나이 40후반....더 늙기 전에 많은 곳들을 가보고, 혼자서 느끼고 사라질 기억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습니다.

더 바빠지기전에, 더 늙기 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실행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내 삶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 회사의 비중을 조금씩 덜어내고, 

내 마음이 가는곳에 더 비중을 주고 싶습니다.

 

정말 이제는....마음 편하고 싶습니다.